[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전대차 계약 체결 시 임대인을 보호키 위한 「민법」상의 동의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달 19일 건물 인도를 다투는 소송의 선고에서 임대인(원고)이 전대차 계약에 동의함으로써 전차인(피고)이 전대차 보증금 상당의 손해를 본 데 대해 원고의 동의는 동의의 한계,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 피고와의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원고는 2012년 5월 11일 임차인 A사와 임대차 기간을 2014년 5월 12일까지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아파트 및 오피스텔을 인도했다. A사는 2012년 11월 3일 피고와 전대차 보증금 1억원, 전대차 기간 2014년 11월 3일까지로 하는 등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 무렵 원고는 이를 승인했다.
이후 피고는 임대차ㆍ전대차 계약이 소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 사건 부동산을 계속 점유했다. 이에 임대인은 전차인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가 주장한 동시이행의 항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한 상계항변,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원고와 임차인의 공동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기한 상계항변은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은 임차인(전대인)과 전차인이 전대차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전차인이 전대차 보증금을 지급하더라도 이를 돌려받을 수 없음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서 “따라서 원고 측에서 전대차 계약의 승낙을 거절하거나 수정 또는 전차인에게 임차인의 재정 상태 등을 고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차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아 전차인이 전대차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의 손해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회피할 수 있었던 사람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전대차 계약의 실질적 효력을 좌우할 수 있었던 원고이므로, 원고에게 이러한 손해를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마치 위험한 맹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해 위험한 맹수가 피고와 같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맹수의 관리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주의 의무 등을 게을리 한 피고에게도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이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됐으므로 손해배상 범위를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전대차 보증금 1억원의 80%인 8000만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피고가 2014년 5월 15일 이후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함으로써 발생한 12개월치 월차임 1680만원을 공제해 6320만원만 원고의 배상 액수로 판시했다. 아울러 법원은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에게 인도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