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박진아 기자]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과 도시정비사업 지원을 위한 제도를 통해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사업 기간 단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2030 서울특별시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통해 현황용적률 인정과 사업성 보정계수 등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시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공사비 상승과 조합원 분담금 증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신축 및 지분 쪼개기 등 도시정비사업 특유의 위험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사업지별 사업성 및 권리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속통합기획ㆍ패스트트랙으로 사업 기간 단축
「2030 정비기본계획」 현황용적률 인정ㆍ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주요 지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긴 기간이었다. 정비계획 수립과 각종 위원회 심의 등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정비구역 지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속통합기획은 이 같은 절차를 효율화하기 위해 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사업 방향과 도시계획 기준 등을 제시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정비계획 수립과 심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아울러 시는 사업 초기 단계의 행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조합 설립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공공지원 방식의 조합직접설립제도 등을 활용하면서 일부 사업장에서 사업 기간 단축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랑구 상봉13구역(재개발)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 이후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절차를 비교적 빠르게 진행한 사업지로 꼽힌다. 이 밖에도 강북구 미아동 258ㆍ번동 148 일대(재개발) 등에서도 신속통합기획을 활용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시가 수립한 「2030 서울특별시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도 도시정비사업의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제도로 꼽힌다. 특히 현황용적률 인정과 사업성 보정계수는 기존 사업의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황용적률 인정은 기존 건축물의 실제 용적률이 현행 기준보다 높은 경우 일정 범위에서 이를 인정해 재건축 사업성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기존 용적률이 높은 노후 공동주택의 경우 재건축 과정에서 일반분양 물량 확보가 어려워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만큼 사업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사업성 보정계수는 지역별 토지가격과 사업 여건 등의 차이를 고려해 사업성을 보정하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 지역의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사업 추진 여건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노원ㆍ도봉ㆍ강북ㆍ중랑 등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도시정비사업 추진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다만 실제 사업성 개선 정도는 사업지별 토지이용계획과 용적률, 분양가, 공사비, 기부채납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개별 사업지에 대한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도시정비사업 절차도 간소화… 재건축진단제도 변화
공사비ㆍ분담금ㆍ권리관계 등 사업 리스크 점검해야
정부의 도시정비사업 관련 제도 개선도 사업 기간 단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건축사업의 경우 기존 안전진단제도가 재건축진단으로 개편되면서 진단 절차를 사업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완료해야 했던 부담이 완화됐다. 정비계획 입안 등 사업 초기 절차를 먼저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재건축사업의 전체적인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또 사업 과정에서 건축ㆍ교통ㆍ환경ㆍ교육ㆍ소방 등 각종 심의를 통합하는 통합심의제도가 확대되면서 개별 심의에 따른 사업 지연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시공자 선정 시점과 관련해서도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조합 설립 이후 시공자를 조기에 선정할 수 있는 사업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시공자 선정 이후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비 관리가 중요하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공사비다. 도시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으로 사업 기간이 단축되더라도 사업성 자체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건설 원가 상승과 인건비ㆍ자재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시공자와 조합 간 공사비 협상이 사업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
공사비가 상승하면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예상 공사비와 일반분양 수입, 금융비용 등을 보수적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확인해야 한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매수 시점과 예외 요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이뤄진 지분 쪼개기나 신축 역시 주의해야 한다. 정비구역 또는 후보지의 권리산정기준일에 따라 분양대상자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축 다세대주택 등을 매입할 경우 해당 사업지의 권리산정기준일과 분양대상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비례율 역시 사업성 분석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다. 사업 초기 제시되는 예상 비례율만을 기준으로 투자수익을 판단하기보다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일반분양가 변동 가능성 등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해야 한다.
속도 내는 권역별 도시정비사업… 동북권ㆍ서남권ㆍ서북권 주목
상봉13구역ㆍ미아동 258ㆍ번동 148 일대 등 주요 재개발 속도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모범 사업지로 꼽히는 곳으로 동북권에서는 중랑구 상봉13구역을 비롯해 강북구 미아동 258ㆍ번동 148 일대, 마포구 신촌지역 마포4지구 등이 주요 정비사업지로 거론된다.
동북권인 상봉13구역 재개발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 이후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밟으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봉ㆍ망우 일대의 교통 및 생활 인프라와 연계한 주거환경 개선이 기대되는 사업지다.
상봉13구역 재개발사업은 중랑구 봉우재로 239(망우동) 일원 4만9586.19㎡를 대상으로, 이곳에 제3종일반주거지역 일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지상 최고 37층 이하 공동주택 10개동 총 1249가구(임대주택 270가구)로 재탄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아동 258ㆍ번동 148 일대 재개발 역시 노후 주거지가 밀집한 지역으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성 보정계수 최고 등급을 적용해 기부채납 부담 최소화ㆍ북한산 자락 경관과 조화된 테라스형 랜드마크 대단지로 탈바꿈하게 됐다.
강북구 오패산로60길 17-6(미아동) 일원 15만6651.1㎡를 대상으로 하는 미아동 258 일대 재개발사업은 용적률 249.91%를 적용한 지상 최고 25층 공동주택 약 4231가구(임대 654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북구 오현로25길 22(번동) 일원 10만8735.4㎡의 번동 148 일대 재개발은 용적률 249.8%를 적용한 지상 최고 29층 공동주택 3320가구(임대 446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외에도 동북권에서 노원ㆍ도봉ㆍ강북ㆍ중랑 등이 주요 정비사업 대상지로 꼽힌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가격 등으로 사업성이 부족했던 지역에서 사업성보정제도를 활용할 경우 사업 추진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상계ㆍ중계주공 재건축 등은 재건축진단 유예ㆍ현황용적률 인정을 발판 삼아 대규모 이주 시기를 조율하는 본궤도에 진입했다는 후문이다.
서남권에서는 영등포ㆍ구로ㆍ동작 일대의 도시정비사업이 주목된다.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길동 저층ㆍ준공업지역과 노후 주거지가 혼재한 지역에서는 역세권 고밀개발과 사업을 연계한 주거환경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동작구에서는 흑석뉴타운과 노량진뉴타운 일대의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대규모 신축 주거 단지가 형성되고 있다. 노량진1ㆍ3구역 재개발 관리처분인가와 맞물려 하이엔드 프리미엄 주거지 공급이 예고된다.
서북권과 도심권에서는 마포ㆍ서대문ㆍ은평 일대 도시정비사업이 주요 대상이다. 서북권에서는 신촌 일대 도시정비사업이 주목된다. 신촌과 북아현뉴타운 일대는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교통망을 기반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추진되며 신촌 일대는 지하철 2호선과 경의중앙선 등 교통망을 바탕으로 주거와 업무ㆍ상업 기능을 연계한 도심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신촌지역마포4지구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통해 청년 창업 인프라와 직주근접 주거 공간을 복합 개발하는 정비계획이 최종 가결된 바 있다.
은평구 불광동ㆍ갈현동 재개발에서는 연신내역과 GTX-A 등 광역교통망과 연계한 도시정비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 “사업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성ㆍ권리관계”
시는 신속통합기획과 도시정비사업 지원 제도를 통해 정비구역 지정부터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등 각 단계의 사업 기간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2030 서울특별시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른 현황용적률 인정과 사업성 보정계수 등이 적용되면서 그동안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부 지역의 사업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도시정비사업은 인ㆍ허가 기간뿐 아니라 공사비와 분양시장, 금융비용, 조합원 분담금, 권리관계 등 다양한 변수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사업 투자나 조합원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단순히 ‘신속통합기획 선정’이나 ‘정비구역 지정’ 여부만 확인하는 것은 리스크가 존재한다”라며 “정비계획과 용적률, 사업성 보정 적용 여부, 공사비, 예상 분담금, 권리산정기준일 및 조합원 지위 양도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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