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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가족이라는 면죄부?… ‘친족상도례’ 불합치 판단

2024.06.28  (금) 17:59:49 | 송예은 기자

[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친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으며 71년 만에 개정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7일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제328조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법원과 검찰 등 국가기관은 이날부터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고,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형사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며 “입법 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1953년 국회가 친족상도례를 처음 제정했을 땐 국가가 가족 간 재산 문제에 개입했다가 오히려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한국의 공동체 가족주의 정서가 입법 취지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간 재산 관련 범죄에 관한 특례’를 뜻하는 것으로, 이날 친족상도례의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됐다.

헌재는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용인 가능한 수준의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또는 처벌에 관한 특례의 필요성은 수긍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현행 친족상도례 조항이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 친족 관계만 있으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점이 문제”라고 봤다.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운데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돼 본래 제도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득액이 50억 원이 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죄,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공갈이나 흉기를 든 특수절도 범죄 등까지 친족상도례를 통한 가족 내의 손해 회복과 용서가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애인이나 미성년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한 전문가는 이같은 헌재의 판단에 대해 우리 사회상의 변화를 또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법 제정 후 7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했고, 이제는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5촌 이상의 친족 또는 인척간 교류도 축소했다. 그리고 사회가 변화하는 동안 경제는 크게 성장해 1953년 477억 원이었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401조 원까지 늘어났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재산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 없을 만큼 재산 범죄로 인한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헌재가 27일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이처럼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족 간 자정 노력만으로는 친족 간 재산 범죄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방송인 박수홍의 친형 부부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박씨의 출연료 등 거액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박수홍 부친은 큰아들이 아닌 자신이 횡령을 했다고 주장해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친이 횡령한 경우 친족상도례 대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을 악용하려는 의도로 비쳤기 때문이다.

또한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의 부친 박철준 씨는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사업에 참여하려는 과정에서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위조했고, 박 이사장은 이를 뒤늦게 알게 돼 그를 고소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박 이사장이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한 건, 친족상도례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는 자식의 본이 돼야 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유교사상은 더 이상 변화한 현대 사회에 적용하기 힘든 것이 됐다. 유명 연예인들을 통해 알려진 몇 가지 사례를 더 찾아보면 거의 평생을 남처럼 지냈다가 해당 연예인의 사후 유산을 상속받겠다고 나타나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례도 있다. ‘구하라 법’이 추진돼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이유다. 가족이 더 이상 가족의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국가는 더 적극적으로 개인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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