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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제2의 N번방’ 사건 주범 검거… 일각에서는 ‘N번방 방지법’ 실효성 지적

2024.05.24  (금) 16:27:05 | 송예은 기자

[아유경제=송예은 기자]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가운데 ‘제2의 N번방’ 사건이 덜미를 잡혔다. 5년 전 ‘N번방’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추적단 불꽃’과 경찰이 합력해 서울대학교 여성 동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ㆍ유포한 일당 5명을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61명의 여성 피해자가 확인됐으며 이 중 서울대생은 12명이다. 이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인 소위 ‘N번방 방지법’ 즉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거된 일당 가운데 범행을 주도한 남성 2명은 서울대 출신 졸업생으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대학 동문 및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성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주범 중 한 명인 박씨는 서울대 후배 여학생을 포함해 48명의 여성을 상대로 모두 1852건의 합성 사진 및 영상을 제작ㆍ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가 유포한 합성물 중에는 미성년자 성착취물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유포한 영상은 100건에 달했다.

영상들은 대부분 또 다른 서울대 동문인 공범 강씨가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여성 동문의 졸업 사진과 SNS 사진을 나체 사진 등에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해 박씨에게 제공하고, 박씨는 강씨로부터 합성물과 함께 피해자의 신상정보도 받아 텔레그램 방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지난 16일 구속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와 강씨가 서울대생인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고, 서울대생만 ‘N번방’에 초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박씨와 강씨 외에도 지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ㆍ유포한 남성 3명을 추가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 지인의 불법 합성물을 제공하는 대가로 또 다른 지인의 합성물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4년에 걸쳐 범행을 이어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범행 목적은 영리가 아닌 성적 욕망 해소”라고 설명했다.

박씨의 범행으로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서울대생 일부는 서울 서대문ㆍ강남ㆍ관악경찰서와 세종경찰서에 개별적으로 고소했으나, 경찰은 익명성이 높은 텔레그램 특성상 피의자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하거나 불송치 종결했다. 피해자들은 공통으로 연락처를 갖고 있던 동문 A씨를 특정해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에 각각 이의신청과 항고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마지막으로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결과 지난해 11월 21일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추적단 불꽃’의 원은지씨는 본인을 남자라고 속여 해당 텔레그램 방에 들어간 뒤 2년간 잠복 끝에 주범 박씨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올해 오프라인 공간으로 박씨를 유인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지난달(4월) 3일 경찰이 현장을 덮쳐 박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은 불법 합성물 재유포자를 계속 추적할 예정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2019년 2690건, 2020년 4831건, 2021년 4349건, 2022년 3201건, 2023년 2314건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일상의 전면화로 사건 수가 늘었던 2020~2021년을 제외하면 ‘N번방 방지법’ 시행 이후인 2022년 전후의 사건 수는 크게 줄지 않은 결과다.

일각에서는 ‘N번방 방지법’의 실효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몇몇 전문가들은 ‘폐쇄성 높은 디지털 공간’의 특성상 비윤리적 발언에 대한 경각심이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대책 마련에 공감대가 생기며 같은 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텔레그램은 규제권 밖에 있어 재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 또한 민간 단체의 주도적 역할로 주범을 잡은 것을 보면 이 지적들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처벌 수위를 올려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디지털 공간에서는 범행 발각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여전히 디지털 범행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애초에 형량 자체도 낮기에 형량을 높여도 미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피고인이 저지른 각각의 범죄마다 형량을 선고한 후 그 형량을 모두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통해 수백 년에서 수천 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성범죄의 형량이 최소 1년 6개월에서 최대 15년 사이에서 결정되고 있다. 먼저는 성범죄 처벌 수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성범죄 가해자들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에 대해 괴로워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널리 홍보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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