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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급급한 국방부, 철저한 진실규명 및 처벌 이뤄져야

2023.11.17  (금) 15:21:27 | 정윤섭 기자

[아유경제=정윤섭 기자] 그야말로 ‘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추가 확인되며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달 16일 항명죄로 기고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에 제출된 당시 군사보좌관이던 박진희 육군 준장(현 소장)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수사단 결과 보고를 나눈 메시지에서 사건을 축소하려는 듯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동안 “누구는 넣고 누구는 빼라”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국방부의 입장과 상반된 물증이 나온 것.

지난 8월 1일 박진희 군사보좌관은 김계환 사령관에게 “경찰과 유족 측에 언제쯤 수사 결과를 이첩한다고 했느냐, 조만간 이첩은 어려워 보인다”라며 “빨라야 8월 10일 이후 이첩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 보고가 중간보고, 이첩 전 최종보고가 된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라고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내용은 앞서 올해 7월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포함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명시해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고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 이를 이 장관이 서명한 뒤에 이뤄졌다.

보고 후 이틀이 지난 시점에 군사보좌관이 경찰에 수사 의뢰할 인원을 줄이는 쪽으로 요청한 상황. 메시지 내용으로 미뤄볼 때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 검토를 요청한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사단장 등 상급자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에 대해 박진희 전 보좌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이야기한 것이고 장관님이 말씀하신 건 전혀 없다”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과연 이를 단순 호기심이라고 볼 수 있을까. 관점에 따라선 군보좌관의 메시지는 곧 장관 지시로 인식될 수 있을 만한 내용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 장관 결재 후인 지난 7월 31일 예정돼 있던 수사 결과 브리핑이 돌연 취소된 바 있다. 이후 8월 2일 해병대수사단은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지만 국방부 검찰단이 같은 날 도로 회수, 재수사를 통해 ‘지위 책임 관련 인원’에 포함되는 사단장ㆍ여단장은 빠지고 대대장급 2명에게만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해 경찰에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문건에서는 김계환 사령관이 “대통령이 격노했다”라는 내용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언급한 것으로 지목돼 이번 사건 축소ㆍ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반면 김 사령관은 이 내용은 박 전 수사단장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사고 당시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싸였다 생존한 해병대원은 전역과 동시에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그는 “사단장 한 사람 지키기 위해 채 상병과 우리가 겪은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할 윗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며 “현장에서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던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만 처벌받게 되는 과정을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한 지시로 작전을 수행하다가 죽거나 다친 것이 아니다”라며 “사단장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업적을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역 해병대원은 “사건 당사자로서, 사고의 전말을 아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면서 “나와 전우들, 故 채 상병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 물을 것”이라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한편,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재판이 다음 달(12월) 7일 열릴 것으로 예정된 만큼 이번 의혹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금까지 밝혀진 메시지ㆍ통화 내용 내용을 봐도 충분히 의혹 제기는 당연하다. 군이란 특수성을 이용해 보안이란 이유로 수많은 전역자가 피해를 본 사례는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채 상병은 당시 전문 수색 인력이 아닌 해병대원이었고 지급됐어야 할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못한 채 급류에 휩쓸려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서 하늘이 없어졌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향후 철저한 진실규명을 통해 응당한 처벌이 이뤄져야만 미래에 소중한 생명을 안타깝게 잃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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