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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저작권 보호 법과 제도 구멍…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 필요

2023.11.10  (금) 14:27:16 | 송예은 기자

[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직접 그린 그림도 ‘허락 받고’ 사용해야 되는 현실이다.

만화 ‘검정고무신’의 그림작가 故 이우영 씨는 출판사가 저작권 침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뒤 분쟁 끝에 지난 3월 세상을 떠났다.

출판사 측은 이 작가와 맺은 계약서상 모든 창작 활동 등에 대해 출판사의 동의를 받게 돼있지만 이 작가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2억8000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황으로 알려졌다.

해당 출판사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3차례에 걸쳐 맺은 불공정 사업권 설정 계약서를 근거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원작자인 이우영ㆍ이우진 작가를 상대로는 2019년 “무단으로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사용 금지 소송과 함께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저작권법」과 정부의 저작권보호제도가 존재함에도 창작자는 본인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다. 한때 불법 유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근절 운동이 진행된 적이 있었으나 이 같은 사각지대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이에 만화계 단체가 이런 법ㆍ제도의 허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검정고무신 사태를 보면 ▲불공정한 계약 관행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행 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불공정한 계약 관행은 보통 자신의 창작물을 독자ㆍ관객에 선보이고 싶은 창작자의 약점을 악용해 계약 시 조건이 다소 불공정하더라도 계약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공정한 보상 문제는 소위 ‘매절계약’에서 비롯된 문제다. 매절계약이란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만 지급하고 나면 향후 저작물 이용을 통해 얻는 수익을 모두 독점하는 계약을 뜻한다. 이로 인해 2차 저작물 작성권까지도 출판사에게 넘어가게 된다.

한 창작자단체 관계자는 “저작권위원회에 일단 저작권을 등록하고 나면 바꾸기 번거롭기에 일단 계약하고 나면 협회 같은 단체는 등록된 그대로 저작권료를 줄 수밖에 없어 창작자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일을 막기 위한 정부 표준계약서가 있어도 정부가 사용을 강제할 수도 없고 실제 현장에서도 잘 쓰지도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지만 창작자가 잘 몰라서 발생하는 권리침해도 있다. 계약서 내 비밀유지 조항이 그 예다. 창작자 업계에서는 비밀을 유지해야 하기에 전문가 법률 자문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일단 도장을 찍는 창작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부가 저작권보호제도 허점 보완에 앞서 창작자가 약자 위치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웹툰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웹툰계약동행센터’를 만들어 계약을 체결할 때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함정 조항이 있는지 예시 사례로 구성한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고, 작가가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동행센터를 통해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기도 인구수도 적은 대한민국이 ‘한류’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문화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해외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소비되는 한류 콘텐츠는 웹툰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3 해외 한류 실태 조사’에서 웹툰의 소비 비중은 28.6%로 1위를 기록했다.

국가 차원에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 안에서 일어나는 ‘저작권 갑질’은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비일비재하다. SBS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유령 작사가’ 사건이 일례다. 해당 방송에서는 신인 작사가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유명 학원의 원장이 원생 작품에 공동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고 저작권 지분을 뺏은 사건을 언급했다.

이렇듯 한류를 주도하는 창작자들이 계속해서 저작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류가 얼마나 더 길게 이어질지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웹툰작가들의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웹툰시장, 더 나아가 대한민국 문화 경쟁력까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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