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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사탄도 울고 갈 도 넘은 혐오표현’은 그만둬야

2023.11.03  (금) 17:58:46 | 정윤섭 기자

[아유경제=정윤섭 기자] ‘이태원 참사’ 1주기로 전국적인 추모행렬이 이뤄진 가운데 피해자 및 유족을 향한 혐오성 표현이 끊이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1주기인 지난달(10월) 29일 서울광장에서 희생자 159명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오전부터 분향소를 들러 조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1번 출구 인근 골목길인 ‘10ㆍ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도 추모하며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이어 10ㆍ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화와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오후 5시께부터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10ㆍ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1만 명(경찰 추산 7천명)의 시민이 추모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국민이 추모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향한 ‘혐오표현’이 담긴 댓글을 쓰거나, 시민분향소 근처에서 신자유연대는 “이태원 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라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2차 가해 현상이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생존자 및 유가족은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고 이재현 군(16세)은 악성 댓글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겪다가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올해 초인 1월 3일 이 군을 159번째 희생자로 인정했다.

2차 가해 댓글 중 “놀러가서 죽었는데 추모를 왜 하냐”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압력절’, ‘호떡절’ 등 새로운 단어가 생겨났다. 이 단어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 158명이 사망한 압사사고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일반인뿐만이 아니다. 김미나 창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해 “나라 구하다 죽었냐”, “시체 팔이 족속들”이라고 표현해 벌금형이 구형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사고는 주최자 없는 집회였다는 특수성이 있다”라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한 대학원 교수는 “주최자가 없는 경우에는 행사 참여자의 생명ㆍ안전을 보호해야 할 구체적인 인물 또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될 의무가 발생한다”라며 “국민에게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고 거기에 국가는 무엇을 잘못했고 국민과 더불어 국가가 앞으로 챙겨야 될 것은 무엇인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문자 그대로 이태원 참사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사람 많은 곳에 간 것이 잘못”, “놀러가서 죽은건데 무슨 추모냐”가 아닌 ‘역지사지’로 그들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날 사망한 159명 중 그 누구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다. 당시 이태원에 있지 않았을 뿐 언제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

21세기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사망했다. 코로나 이후 첫 핼러윈이었던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누구나 예상했지만, 국가기관의 적절한 대책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신들의 자리만 지키기에 급급할 뿐 그 어느 곳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이는 ‘대체 국가기관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차 가해자들의 주장처럼 사람 많은 곳에 간 것이 잘못이라면 모든 행사, 축제, 콘서트, 심지어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 인파가 몰리는 곳에 있으면 잘못이란 말인가? 자신들이 뭔가 대단한 지식인이 된 것처럼 희생자를 ‘철없이 놀다가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게 그저 우스울 따름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엔 ‘이해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유가족에 대한 깊은 위로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만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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