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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이용구 폭행 논란’… 경찰이 신뢰 받지 못하는 이유

2021.06.04  (금) 18:02:55 | 김진원 기자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여기 내리시면 돼요?”, “XXX의 XX”…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 “XX 너 뭐야”.

무척이나 상스러운 대화다. 대화를 읽어보니 어떤 상황이 그려지나. 상대방에게 여기서 내리면 되냐고 묻는 걸 보니 질문하는 주체는 택시기사로 보인다. 그렇다면 저렇게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는 사람은 분명 승객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승객은 대체 무슨 이유로 택시기사에게 저급한 단어들을 쏟아낼까. 

눈치 챘겠지만,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한 인성에 문제 있어 보이는 당사자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다. 어제 SBS가 단독 입수한 영상에는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는 이 전 차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왔다. 욕설만 한 것이 아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택시기사의 목까지 졸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가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 직접 전화를 걸어 허위진술을 종용하고, 블랙박스 역시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합의금으로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차관은 당시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 시기라 일반적인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을 전달했다며 증거인멸 대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6일 밤에 있었던 일로 폭행 당사자인 이 전 차관은 입건은커녕 단순폭행 혐의만이 적용되면서 내사 종결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해당 장면이 포함된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이 보고도 외면했다는 점이다. 과연 폭행자가 일반인이었다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사건이 발생한지 5일 정도 지났을 무렵, 서초경찰서를 찾아 담당 수사관인 경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고 영상을 본 직후 경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약 30초 고민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서초서 내부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택시기사 주장에 따르면 경사는 “이 영상은 못 본 걸로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영상이라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확인한 경찰이 피해자 앞에서 증거를 외면한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든다. 일개 경사가 증거도 있는 사건을 마음대로 판단해 내사 종결이 쉽겠냐는 지점이다. 실제로 진상조사단 수사 과정을 통해 서초경찰서 서장과 형사과장 등은 폭행 신고 접수 직후 이 전 차관이 당시 초대 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임을 보고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경찰은 “이 전 차관이 단순 변호사인 줄 알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착잡한 것은 이게 대한민국 사회 현실이라는 점이다. 한 나라의 법무부 차관이라는 자가 택시기사를 하대하고 폭행을 저지르며 욕설을 하고, 이런 자를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등용한 정부, 그리고 유력 인사라는 이유로 범죄를 덮어주는 경찰을 보며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 운운하며 검찰 조직을 와해시키면서 이렇게 부패한 경찰에 대한 개혁은 왜 지금 외치지 않는가. 이 정도면 진작 여당에서는 경찰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검찰한테 했듯이 경찰 조직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었어야 한다. 그토록 외치던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이유가 말 안 듣는 검찰보다 말 잘 듣는 경찰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기 때문이 아니었는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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