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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이어 온 코오롱의 ‘正道(정도)경영’ 코오롱글로벌이 망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담합… 올해 8건 100억 과징금으로 2012년 순익 날려
2014.08.26  (화) 15:26:08 | 정훈 기자

   
▲ 연이은 담합으로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그룹이 강조해 온 ‘정도경영’이 무엇인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늘고 있다. (사진 : 코오롱글로벌 브로셔 캡처)

[아유경제=정훈 기자] “나는 우리 동포들에게 의복을 주자고 결심했습니다. 헐하고(값이 싸고) 질긴 의복을 우리 동포들에게 입히고, 부녀자들을 빨래의 고통에서 해방시키고 부녀자들이 양말 뒤꿈치를 꿰매는 고역의 생애를 그렇게 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생애로 전환시키려고 했습니다”

코오롱그룹(회장 이웅열) 창업주 고(故) 이원만 회장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는 1953년 우리나라에 처음 나일론을 소개해 ‘의생활 혁명’을 이끌며 ‘합성섬유시대’를 연 선구자다. 그런 그가 남긴 말에는 고객을 생각하는 사랑이 묻어난다.

이 같은 정신은 이 회장의 아들이자 2대 회장인 이동찬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으로 이어진다. 그는 자신의 경영 어록을 모은 <인간, 기업 그리고 기업가 정신>에서 “나는 마라톤을 좋아한다. 승리를 위해 일정한 페이스로 힘차게 달려가는 마라톤이, ‘단숨에 빨리’가 아니라 ‘정도(正道)로 쉼 없이 멀리 달리는’ 나의 인생철학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가는 세월 오는 백발이라 했던가. 3대를 이어 온 두 사람의 창업 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코오롱글로벌(대표이사 윤창운)이 잇단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이은 담합(짬짜미)으로 코오롱글로벌에 ‘들러리 전문 건설사’라는 오명이 덧씌워지면서 경영진은 물론 그룹 오너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실적 부진과 그에 따른 주가 약세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는 코오롱글로벌, 나아가 코오롱그룹의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ㆍ이하 공정위)는 이달 초 2009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사장 이재영)가 입찰한 ‘고양삼송 수질복원센터 시설 공사’를 낙찰한 태영건설(대표이사 부회장 윤석민)과 당시 들러리를 선 코오롱글로벌에 각각 34억1200만원과 6억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상당수 건설사가 ‘입찰 담합’ 꼬리표를 붙이고 다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코오롱글로벌의 담합과 그에 따른 제재가 눈에 띄는 이유는 코오롱글로벌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듯한 담합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코오롱글로벌은 올 들어서만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공정위 검찰 고발ㆍ1월, 인천시 제소ㆍ4월) ▲청라국제도시(인천) 공촌하수처리ㆍ고도처리시설 공사 및 광주전남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 공사(공정위 과징금 31억6000만원 부과 및 검찰 고발ㆍ3월)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공사(공정위 과징금 13억6500만원 부과ㆍ3월)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운북하수처리장 공사(공정위 과징금 3억3700만원 부과 및 검찰 고발ㆍ4월) ▲부산 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처리, 공정위 과징금 16억3900만원 부과ㆍ4월) ▲남양주 별내신도시 폐기물 소각시설 공사(공정위 과징금 27억600만원 부과 및 검찰 고발ㆍ6월) ▲광주 하수 슬러지처리시설 공사(공정위 과징금 4억9000만원 부과 및 검찰 고발ㆍ8월) 등에서 들러리를 세워 낙찰했거나 다른 건설사의 낙찰을 위해 들러리를 섰던 행적으로 제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현재(8월 26일 기준)까지 적발된 8건의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규모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는 2012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137억원에 맞먹는 액수다. 2013년 당기순손실 규모가 약 232억8900만원이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적자 규모를 키우는 이유가 따로 있는 셈이다. 올해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약 232억36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름깨나 알려진 건설사 대부분이 담합에 가담했던 게 적발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이 유달리 언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는 코오롱글로벌 경영진의 담합 불감증 때문”이라며 “연이은 적발과 그에 따른 제재 및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코오롱글로벌 측의 안일한 태도는 코오롱이 지난 50년간 경영의 근간으로 삼았던 ‘기본과 정도’를 저버리는 일로 이는 장기적으로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올 들어 100억원이 넘는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은 코오롱글로벌이 언제나 지켜 왔다고 홍보하는 ‘기본’은 무엇일까. (사진 : 코오롱글로벌 홍보 영상 캡처)

코오롱글로벌 새 社名(사명)은 코오롱들러리? 코오롱짬짜미?
재개발서도 담합 의혹 모락모락… 윤창운 총알받이說(설)도 등장

관급 공사에서 잇단 담합으로 제재를 받았지만 코오롱글로벌의 행태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재개발에서도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5월 부산 모 재개발사업에서 들러리를 섰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어 최근에는 경기 모 재개발사업에서도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담합 의혹을 일축하며 자사는 경쟁사와 함께 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오롱글로벌 건축영업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담합설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의혹일 뿐”이라며 “코오롱글로벌은 경쟁사와 더불어 공정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당사는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총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오롱글로벌이 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행보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며 “남은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코오롱글로벌 측의 해명과 기대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올해 매물로 나오는 주요 재개발ㆍ재건축 시공권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이 수주를 자신할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올 들어 수주에 나섰던 현장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거나 이미 확보한 시공권을 잃은 경우도 다반사다. 서울 서초구 방배3구역(재건축)에서는 응찰했다가 조합원들의 거부로 눈물을 흘렸고, 서울 중구 만리1구역(재개발) 수주전에서는 한라(사장 최병수)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과거 수주했던 인천 부개3구역(재개발)과 부산 반여1-1구역(재개발)은 각각 일성건설(대표이사 강영길)과 KCC건설(대표이사 정몽열)에게 시공권이 넘어갔다.

무엇보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적발된 건설사 담합에 거의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의 들러리를 선 경우가 많아 코오롱글로벌의 이름을 ‘코오롱들러리’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적발된 담합들은 과거 이뤄졌던 게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지난 3월 취임한 윤창운 사장으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거의 매달 담합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데다 올해 상반기에 기록한 손실의 40%가 넘는 액수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하는 상황은 코오롱글로벌을 ‘코오롱들러리’ 혹은 ‘코오롱짬짜미’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혀를 찼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취임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이전과 달리 이렇다 할 변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1980년대 초 당시 코오롱건설에 입사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윤창운 사장이 담합 적발에 대비한 ‘총알받이’ 또는 모기업과 그룹 회장을 겨냥한 비난의 화살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7월 23일 한국건설경영협회 주최로 열린 ‘건설공사 입찰 담합 근절 및 경영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에서 고개 숙인 윤창운 사장(오른쪽에서 2번째)

잦은 담합에 핵심 가치 ‘One & Only’도 흠집
이대로 가면 ‘4세 경영’ 어림없다… “회장 직접 나서라”

코오롱글로벌의 잦은 담합은 3대째 이어 내려오는 코오롱의 창업 정신이나 다름없는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뿌리째 흔든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자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진행될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물도 고이면 썩듯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 없는 기업도 초심을 잃고 변질되게 마련”이라며 “담합과 그에 대처하는 코오롱글로벌의 자세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One & Only’를 훼손하고 있는 만큼 윤창운 사장이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을 실천하는 선에서 무마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One & Only’란 코오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전체가 하나로서 독특하고 차별화된 하나뿐인 최고를 지향, 고객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코오롱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경영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코오롱의 핵심 가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이웅열 회장은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코오롱그룹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코오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 어디에서나 여러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 여러분이 원하는 미래를 함께 그려 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한편에서는 이를 빗대 ‘코오롱글로벌이 눈앞의 이익(Oneㆍ하나)을 위해 시장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담합만(Onlyㆍ오로지)을 고집한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8월 들어 2건의 담합 적발과 재개발 수주전에서 제기된 들러리설(說)로 코오롱글로벌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지난 7월 23일 한국건설경영협회 주최로 열린 ‘건설공사 입찰 담합 근절 및 경영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에서 윤 사장이 다른 건설사 사장들과 함께 ‘공정 경쟁과 준법 경영 실천 선언’을 통해 그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입찰 담합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한 지 불과 한 달 새 벌어진 일들이라는 점에서 그 같은 노력은 공염불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앞서 재계 관계자가 언급했던 윤창운 사장의 자사주 매입과 그를 통한 ‘책임경영’ 주창도 궁색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실제로 윤 사장은 지난 20~21일 11차례의 장내 매수를 통해 코오롱글로벌 주식 1만8395주(0.09%)를 사들였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이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최고경영자(CEOㆍChief Executive Officer)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하자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그룹이 진정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그룹 총수가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이웅열 회장이 전면에서 제대로 된 정도경영의 실천을 진두지휘하라는 시장의 요구인 셈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이 담합으로 기업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는 현실은 코오롱그룹 전체와 향후 전개될 ‘4세 경영’으로의 체제 전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웅열 회장의 결단과 그 후속 조치로써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 이 같은 비관적인 미래를 맞이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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