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했을 때였다.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다문화가족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입학준비교육을 하고 있었다. 수강생 대부분은 결혼이민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들도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학교 입학하는 일에 대해 기대와 함께 걱정이 가득했다. 한결같이 아이들이 피부색이나 얼굴 생김새 때문에 반 친구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다문화가족의 증가와 함께 다문화가족 자녀 수도 크게 늘어가고 있다. 2012년 현재 다문화가족 자녀 수는 약 16만8000명으로 6만30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초.중·고등학생이다. 나머지 9만3000명의 아이들은 미취학 아동이고, 이들은 조만간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여성가족부에서는 3년 주기로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실시해 정책수립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몇몇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
다문화가족 자녀는 일반 청소년에 비해 친구 문제로 인한 고민이 높고, 고민이 있을 때 친구를 대화 상대로 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문화가족 자녀가 차별을 당하는 주 대상이 친구(36.5%)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문화가족 자녀에게 있어서 친구문제는 학업중단의 가장 큰 사유이기도 했다.
또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자녀들은 일반 청소년들에 비해 학원이나 과외공부, 학교에서 자율 학습 참석, 집에서 공부 또는 숙제하기 같은 학습관련 활동은 낮은 반면 인터넷(게임), 텔레비전 보기 등은 일반 청소년에 비해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족 자녀 중 외국에서 성장한 자녀가 늘어나고 있다. 정책 용어로는 '중도입국자녀'라고 한다. 이들은 재혼하는 결혼이민자의 전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들로, 63.8%가 15세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족 자녀의 대부분은 보통의 아이들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주위에서 자신이 다문화가족 자녀임을 아는 데 대해 '보통이다' 또는 '자랑스럽다'는 답변이 87.8%로 대부분의 다문화가족 자녀들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12.1%라는 점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랑스럽다는 응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조사결과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 자녀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다문화가족 부모에 대한 자녀양육 정보제공 및 교육, 자녀에 대한 언어발달지원, 이중언어교육, 학령기 아동에 대한 학교생활지원 서비스, 중도입국자녀의 정착지원 등 다양하다.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 공동체에 잘 통합되고,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프랑스, 독일 등 일찍부터 노동이민이 활성화돼온 국가들의 선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민자 사회통합에 실패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다문화가족 정책은 다문화가족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눈에 보이는 제도적 차별은 물론 보이지 않는 차별, 즉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개선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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