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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사업 공공지원제도, 도입 10년 성적표 ‘기대 이하’

2019.02.22  (금) 11:35:09 | 김학형 기자
▲ 공공지원제도를 통한 사업 절차 개선 개념도. <출처=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캡처>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2010년 4월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민간 중심의 도시정비사업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공공에서 지원ㆍ관리하는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했다. 2015년 ‘공공지원제도’로 이름을 바꿨으며, 오는 4월이면 도입 10년을 맞는다.

‘관리→지원’ 명칭 변경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공공지원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이를 적용하면 사업 진행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공공지원제도를 적용한 서울의 사업장은 비교적 시공자 선정이 늦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 지역에서 공공관리제도를 적용한 사업장에서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한 곳은 ▲2012년 3곳 ▲2013년 2곳 ▲2014년 13곳 ▲2015년 3곳 등 총 21곳에 그쳤다. 2010년 10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약 1년 6개월 간 시공자를 선택한 사업장은 없었다. 

서울시는 2010년 10월 조례 개정으로 공공지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바꿨다. 사업시행인가를 거치면 보다 구체적인 설계도면이 나오므로, 이를 공사금액 추산 등에 활용해 시공자를 고르라는 취지였다. 

결과는 사뭇 엇갈렸다. 공공지원제도를 경험한 한 조합원은 “처음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사업 진행이 늦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합은 자금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불만, 건설사는 정비사업 물량이 줄어들어 불만”이라고 말했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경험 많은 건설사들은 통상적으로 조합설립인가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출발점이라 판단한다”면서 “조합이 전문가 집단도 아닌데 좀 더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얻어 시공자를 고르는 과정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되레 진척 더디고 비리 못 막아”

앞서 서울시는 성수전략정비구역과 한남뉴타운, 자치구에서 신청을 받아 4개 구역을 공공지원제도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방식은 크게 재정 지원과 행정 지원으로 나뉜다. 서울시 공공지원실행팀 관계자는 “공공지원제가 적용되는 모든 사업장에 재정 지원과 행정 지원을 한다”면서 “사업에 필요한 운영비 등을 신청하면 서울시에서 융자해주거나 구역 지정 계획을 입안하는 등 여러 행정적 사무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사업은 과거 공공관리제도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서울시에서 4억7000만 원을 융자 받았으나 이후 소송이 제기되면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서울시는 소송이 제기된 사업장에게 자금을 지원해주지 않는다. 

지난해 9월에 판결이 난 1심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비대위 측이 승소했다. 재판부는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률 산정 과정에서 일부 토지등소유자가 누락됐다고 판단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추진위구성승인 때 한번 서울시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은 이곳은 작년 1월에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고 같은 해 11월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방화6구역 조합은 지난 15일 시공자 선정 입찰을 공고했다. 오는 4월 12일 입찰을 마감하며, 5월 말이나 6월 초쯤 시공자선정총회를 열어 시공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GS건설, 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수주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물밑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 사업은 강서구 방화대로25길 13(방화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16층 아파트 11개동 53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다. 이 밖에 금호23구역(성동구 금호4가동 일대)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자금 부족, 사업 지연 ‘도미노’

공공관리제도로 자금 운용의 투명성이 강화되는 문제보다 예산이 부족해 사업 지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초구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 단계까지 진행하려면 여러 협력 업체를 고용해야 하는데 그런 자금이 부족하다”면서 “공공관리제도에 묶이면 할 일은 많은데 돈은 없어 사업이 늦어진다”고 말했다.

공공이 사업 전 과정을 주도 또는 지원하면서도 막상 이주ㆍ철거 단계에선 미리 발을 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주를 위한 대책이나 철거에 대한 책임은 민간에서 져야 하는 구도인 것이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철거ㆍ이주 문제에서 조합원들의 충돌이 빈번하다”며 “공공관리라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공공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공공에서 잘 관리할 수 있다면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모든 과정을 챙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재 공공관리제는 실질적으로 보면 공공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초기 단계만 관리할 뿐 분쟁이 많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철거ㆍ이주 단계는 책임지지 않는 식으로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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